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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방관으로 10년 조금 넘게 근무한 불끈이입니다.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만나본 황당한 신고건들 이야기 한번 해보려구요
1. 우리 애 왜 깨워요!!
밤 12시쯤 신고가 들어옵니다.
주택2층에 문이 잠겨서 못들어가고 있다고합니다.
출동해보니 아주머니 한분이 건물밖에 나와계십니다.
창문이 열려있다고 해서 사다리를 설치하고 올라갑니다.
올라가보니 방 안에 초등학생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자고있습니다.
인기척에 잠에서 깨면 놀랄까봐 살살 불러봅니다.
"얘야, 소방관아저씨야, 잠깐 들어간다~"
그때 뒤에서 아주머니가 빽~!! 소리칩니다.
"아니, 우리 애 왜 깨워요?!!!, 애 깨우기 싫어서 119 불렀더니 119가 애를 깨우고 있네!!!"
보통은 애를 깨워서 문열어달라 할텐데, 애 깨우기 싫어서 119 불렀다니
2. 이게 얼마인지 알아요?
밤 11시쯤 신고가 들어옵니다.
하수구에 립스틱이 빠졌다고합니다.
출동해보니 중년의 부부가 있습니다.
동물 잡는 집게로 하수구에 빠진 립스틱을 건지려니 잘 잡히지 않습니다.
뒤에 서계신 남자분 : "아이구, 이런걸로 신고해서 미안합니다. 잘 안되면 그냥 두세요"
나 : "될것같은데..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여성분 : "와~ 이런걸로 신고했단다.. 남자들은 진짜 모른다.. 립스틱 이게 얼마짜린데, 꼭 꺼내야지"
3. 이 아저씨 빡빡하네..
설 연휴 근무때였습니다.
보일러 동파우려 신고가 들어옵니다.
나가보니 식당 아주머니가 식당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신고했다고합니다.
나 : "아주머니, 저희는 보일러 전문가도 아니고, 기술도 장비도 없어요". "보일러 기사를 부르세요"
아주머니 : "와, 이 아저씨 빡빡하네. 온김에 그냥 고쳐주고 가요"
나 : "아니, 하기 싫은게 아니고, 할 줄을 몰라요, 우리집 보일러 고장나도 보일러 기사 부릅니다"
아주머니 : "그냥 온김에 해주고 가면 되겠구만...."
119는 만능이라고 생각하시는것같았습니다.
4. 소방관 아저씨 엄청 잘생겼네~!!
밤에 아파트 화재신고가 들어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연기가 많이 차있습니다.
더듬더듬 들어가보니 화장실에 촛불을 켰다가 커튼에 불이 붙었는데
화세가 크진 않았지만 연기가 많이 났습니다.
불 끄고 보니 아주머니가 혼자 불 끄려고 하다가 놀라고 연기도 마시고 해서 멍하게 앉아계셨습니다.
걱정이 돼서 집안 환기시키고나서 아주머니한테 "많이 놀라셨을텐데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구급차 불러드릴텐 병원에 한번 가보세요~"
하는데 윗집 아주머니가 무슨일인가 싶어 내려오셨습니다.
그런데 환하게 웃으면서 "와~ 소방관아저씨 엄청 잘생겼네~" "이야~ 진짜 멋있다~"
연신 이야기를 합니다.
위 아래층이면 서로 얼굴은 아는사이일텐데 아래층 불나서 아주머니 놀란거는 1도 걱정이 되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5. 몇분 걸리나..
겨울 새벽 1시쯤 출동이 걸립니다.
수도관 파열로 길에 물이 넘친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출동해보니 파이프에서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고있고 옆에 신고자 아저씨가 서있습니다.
나 : "선생님, 이거때문에 신고하셨어요?"
아저씨 : "아니, 뭐.. 술 한잔 했는데 집에 들어가도 할일도 없고.. 119는 신고하면 3분 안에 온다던데 얼마 걸리나 볼려고.."
나 : "출동하는데 얼마 걸리나 볼려고 신고하셨다구요?"
아저씨 : "응, 봐, 내가 시간 재고있었잖아.. 3분 안걸렸네.."
팀장님 : "그럼, 이상 없는거니까 우린 들어가겠습니다"
너무 당당한 아저씨와 너무 침착한 팀장님 둘 다 놀라웠습니다.
6. 대단하신 분
사무실에서 근무일지 정리하고 있는데 밖에서 팀장님이 부르십니다.
팀장님 : "야, 소방차 앞에 불법주차 했다 주차단속 스티커 가져와라"
바로 단속하기는 좀 그렇고 경고장 붙이고 차주에게 전화합니다.
좀이따 차주 부부가 옵니다.
나 : "소방차 앞에 주차하셨다가 불나면 저희 출동을 못하는데 여기 주차하시면 어떡합니까?"
아저씨 : "미안합니다, 문닫았는줄 알고.."
나 : "소방서가 문 닫는게 어디있습니까?"
그때 여성분이 저한테 옵니다.
아주머니 : "우리 남편이 잘나가는 치과 의사예요"
나 : "네?"
아주머니 : "구청장도 알고, 시 의원도 알고있어요"
나 : "???????????"
대단하신분이신건 잘 알겠습니다.
7. 동물 과도한애호가
고가도로에 큰 개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로 출동했습니다.
케이지, 그물망 등 챙겨서 개한테 접근합니다.
그런데 뒤에 승용차가 한대 서더니 여자분이 내립니다.
술 냄새가 납니다.
"아저씨!! 그 애, 왜 잡아요!!""애가 무서워 하잖아요!!"
나 : "아니, 개가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까 잡으려는겁니다"
"됐어요!! 내가 할테니까 가세요!!" 하며 개한테 갑니다.
나 : "위험합니다, 가지마세요"
뿌리치고 갑니다.
뒤에 있던 경찰한테 가서 "저 분 위험하니까 좀 제재해주세요, 그리고 운전하고 오셨는데 술냄새나요"
이야기하는데 여자분에 돌아왔습니다.
팔에 피를 흘리며..."구급차 불러주세요"
나 : "가지마시라니까.."
황당한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많은데 다음에 생각나면 또 적어볼게요
-덧-
소방관이 힘들다고 생각해서 적는 글이 아닙니다.
그냥 소방관이 아닌 분들은 알 수가 없는 이야기 하면 재미있을것같아 적어본 글입니다.
저희는 그냥 직업이 소방관인데 희생 봉사하는 이미지가 있어서 고맙다는 이야기 들을때마다
송구스럽고 민망합니다.
여러분들이 걱정 해주셔서 소방장비도 많이 개선되고, 처우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감사하지만, 저희보다 훨씬 힘든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텐데...
하여튼 항상 감사합니다!!!!
모두들 2020년 대박나세요~!!!!
댓글(32)
선배님 안녕하세요. 막1년 넘긴 구급대원입니다. 저도 몇개 기억나서..적어봅니다ㅋㅋ 1. 온김에 쥐도 잡아줘 낙상사고로 출동했습니다. 화장실 위에 쥐가 뛰어다녀서 잡으려다가 넘어졌는데 온김에 쥐잡고 병원가잡니다...ㅋㅋ저희 쥐잡아주는 사람아니라고하고 나왔습니다. 2. 꼭 그 병원가야돼 이런 케이스는 정말 많습니다. 특히 이분은 협심증 증상이 있어 근처에서 치료를 받고 다니시던데 가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자신은 내일 외래가 잡혀있는데 꼭 거기서 진료를 받아야겠다. 그곳아니면 절대 안가겠다라고 하여 경기 남부에서 서울 강북까지 갔었습니다. 본인의 스케줄로 모두에게 피해주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3. 신고, 또 신고 주취자 환자입니다. 싸웠는데 치아가 다쳤다면서 이송을 원했다가 안간다고했다가 귀소하는중에도 출동이 2번을 또 했습니다. 평온한 성격의 팀장님이 처음으로 화내셨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볼때는 환자가 아니니까 이송하지않겠다했더니 멱살을 잡았습니다. 결국에는 좋게 끝냈지만 우리가 이정도 인권밖에 안되나하는 생각에 슬펐던 날이였습니다. 아직 1년밖에 안되었는데도 여러일들이 있습니다. 남은 30년간 수많은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기다릴것같아 좀두렵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