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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4.. | 24/04/22 23:02 | 추천 14 | 조회 36

공포) 군대 안개귀신 썰 풀어봄 +36 [5]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5773316

전방 구석탱이 변방에 고립된 부대가 다 그렇듯이 우리대대도 존나게 을씨년스러웠음.


그리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풍기는 부대가 다 그렇듯 괴담이 여럿 있었는데

탄약고 2계단 밑 김일병, 저주받은 K2, 3사로 200M귀신

이렇게 셋이 대대 전체에 공공연히 떠도는 괴담이었음.


우리 부대에서 탄약고 투입하는 중대는 우리중대 하나였는데

이유는 4개 중대중 3개 중대는 GOP에 로테이션으로 투입되고

후방지원으로 늘 대대에 남아있는 우리 중대가 탄약고를 맡기로 해서 그런거였음.


그만큼 탄약고 경계 인원도 존나게 없어서 이등병 병아리 견장 떼면 즉시 탄약고 투입됐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가끔 3교대 떨어질 정도로 지옥같은 환경이었음.


나도 병아리 견장 떼자마자 탄약고 투입됐고 첫 탄약고 근무는 그래도 널널하게 4교대 나왔음.


첫근무 마치고 왔더니 왕고 둘이 또 우리 이등병새끼 처음으로 탄약고 근무 섰다고 신나가지고 썰풀이 신나게 하더라고.

예전에 뭐 탄약고에서 자1살한 사람이 있다더라

저번 무슨 훈련때 대항군한테 탄약고 털린적이 있는데 그것때문에 가끔씩 작전과장이 포복으로 기어와서 근무자 조지는 경우가 있다

사령 7중대장이면 진심 조심해라 그새끼 완전 싸이코다


그렇게 신나게 썰풀다가 왕고 한명이 존나 뜬금없이


"아 맞다 새벽 3시 근무투입할땐 조심해라"


라고 말함.


"잘못들었습니다?"


"뭘 잘못들어 새끼야 새벽 3시에 근무투입할땐 조심하라고"


"죄송합니다. 왜 조심해야하는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안개끼는날이 있어."


뭔소리지 싶고 내가 또 질문을 하면 왕고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까 싶어 혼신의 대가리 굴리기중인데

옆에 다른 왕고가 끼어듬


"야야 이새끼 그거 볼라면 어차피 1년은 남았음."


"하긴 임마는 동기도 없으니깐 못보고 전역할수도 있겠다"


뭔소린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궁금한채로 얼타고있으니깐 둘이 번갈아가면서 부연설명을 시작하더라고


"상병 이상이 탄약고 투입할때 새벽 3시 넘어가면 안개가 심하게 끼는날이 있다."


"한명만 상병이어도 안되고 두명이 다 상병 이상이어야 돼."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 겪었는데 오줌지릴뻔 했거든."


난 뭔소리지 싶었음 안개가 끼는게 뭐가 그리 무섭다는건지


"안개가 엄청 막 무서울 정도로 심합니까?"


"이건 겪어봐야 알거다ㅋㅋㅋ 야 씨1발 이새끼 표정봐 ㅋㅋㅋ 안믿는다ㅋㅋㅋ"


"신병이 존나 빠져가지고 ㅋㅋㅋ 하늘같은 왕고말이 조스로 들리나보다? 엎드려 새꺄ㅋㅋㅋㅋ"


엎드려서 계속 들었음.


"안개가 존나 무섭다. 니가 지금 뭘 상상하든."


"뭐 그건 겪어보면 알건데 그것보다 무서운건 기침소리지."


"기침소리 들려도 뒤돌아보지 마라. 아는척하지도 말고."


그땐 그냥 왕고새끼들 신나서 신병 겁주기 하고있구나 싶었음.


그리고 한참 후, 그 왕고들 집에간지 한참 되고, 그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가 기억나기는 커녕 이름도 가물가물해질 때쯤

나는 상병 3호봉, 내 맞후임은 갓상병을 단 채 둘이 탄약고 근무를 투입하게 됐음.


근무 첫날은 그냥저냥 노가리 존나게 까고 지금 왕고새끼 뒷담화랑 소대장 뒷담화 까면서 시간죽였는데

둘쨋날에 새벽 3시근무가 있었음.

아무 생각 없었음. 이등병때 들었던 새벽3시 근무투입할때 조심해라같은소리는 이미 한참전에 까먹었거든.

이전까지 새벽3시 근무도 신물나게 투입됐었고.


그리고 투입하고 딱 10분이 지나고 그때 왕고들이 했던 말이 생생하게 기억나버림.

물론 내가 기억하려고 해서 기억해낸게 아님.

이미 한참전에 망각해서 쓰레기통에 넣어뒀던 기억이 강제로 끄집어내진거지.



img/24/04/22/18f061a2d0358055b.jpg



안개가 꼈거든.


그리고 그때 왕고들이 했던말 하나하나가 전신에 돋는 소름과 함께 모조리 생생하게 기억나더라.

안개가 존나 무섭다고.


분명 투입할때까지 맑았는데 

어느 새 탄약고 초소 앞 2~3M조차 시야확보가 안 될 정도로 자욱하게 안개가 꼈어.

초소 시야확보등? 이었나... 그 교대근무자 수하하는곳 비추는 강한 가로등 불빛이 안개에 씹혀서 안보일 정도로...

초소에 설치된 조명들이 안개속에 퍼져서 칠흑같은 어둠속에 갇혔다는 느낌보다는 안개속에 갇혔다는걸 되려 확실하게 깨닫게 해줌.

차라리 아무것도 안보이면 좋을텐데 시야에 비치는게 전부 안개임.


맞후임쪽을 슬쩍 쳐다봤는데 얘도 눈에 띄게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음.


공포영화보고 침대에 누워서 자려다가 뭔가 옆에 있는것같고 몸 움직이는것조차 무서울때 있지?

우리 둘 다 딱 그거였음.

시간감각은 없어지고 입을 떼는 행위조차 무서워서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P96K가 갑자기 지직거리기 시작함.

존나게 무서웠지만 P96K가 계속 지직거리는걸 멈추고싶은 마음이 더 강했음.

현실부정에 가까운것이었을거라고 생각함. 그냥 통신상태가 안좋아서 노이즈가 낀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던것임.

P96K를 들고 통신을 시도함.


"아아. 당소. 당소 탄약고라고 알리고 방금 내용 다시 전해줄수 있는지?"


그러고 버튼 뗐는데... 그냥 계속 지직거림.

존나게 공포에 질렸는데 되려 존나 아무렇지 않은척 지직거리는 P96K만지작거리면서 욕했음.


"뭐야 씨1발 어떤새끼가 P96K깔고 자나?"


"콜록"


그리고 그게 들렸음.

분명히 내가 말 끝내려는 순간에 기침소리가 겹쳤음.

그리고 그건 분명히 뒤에서 들렸음.


몇 초 침묵이 지속되다가... 맞후임이 말함.


"저... OOO상병님... 혹시 방금 기침하셨습니까?"


오줌 지릴뻔한거 간신히 참고 모기 기어가는 소리로 대답함.


"모르는척 해라."


"OOO상병님..."


"아는척하지마. 뒤돌아보지마. 앞만 봐."


P96K는 계속 간헐적으로 지직거리고, 시야에 들어오는건 초소 등불의 색을 머금은 주황색 안개뿐임.

침묵을 지키면서 앞만 보고 있는데 뒤에서 또 다시 기침소리가 들림.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후들거림.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일수가 없음.

초소 안에 고립됐다는 느낌이 듬.

초소 안에 나랑 부사수 말고 뭔가가 같이 있음.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뭔가를 피해 초소에서 뛰쳐나가고 싶지만 뛰쳐나갈수가 없음.

초소 밖의 안개가 더 무서움. 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내 안의 뭘 자극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저 안개속으로 들어가면 왠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거같은 기분이 들었음.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서 시간조차 확인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개가 싹 걷힘.

시야 확보되는거 보고 다리에 힘 풀려서 주저앉을뻔 했음. P96K도 갑자기 지직거리는걸 멈췄고.


다음 근무자가 내려와서 근무교대하는데

나랑 맞후임 얼굴 보더니 "너네 왜그래? 뭐야?" 이럼.

둘다 표정이고 얼굴색이고 병적일정도로 이상했다더라.


맞후임이랑 나는 실탄반납하고 올라오는동안 아무말도 안하다가

중대 행정반에 들어오자마자 약속한듯이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음.


한참 후에 병장을 달고 나서야 그날 있었던 일을 맞후임과 함께 무용담처럼 소대 애들한테 늘어놓았는데

그제서야 그걸 겪었던 놈이 우리뿐이 아니라는걸 알게됐음.

우리 말고도 다른 상병급 4명이 그걸 겪었었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


"대대장이 몇달전에 무당부르고 탄약고에 거위 두마리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 2계단 김일병때문에 그런거라고 다들 말했는데 아닙니다."

"저희가 소원수리에 안개귀신 이야기 쓰고 무당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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