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보배드림 (445505)  썸네일on   다크모드 on
모놀 | 22/01/20 15:44 | 추천 57 | 조회 4487

베트남 여인의 남편이 된 사연 +610 [13]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494706

'내가 졸지에 베트남 여인의 남편이 된 사연'



8년전 인천공항 면세점 앞에서 있었던 일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여인인가보다. 3살 쯤 되는 아이를 업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뭔가 물어보는데 모두들 고개를 저으며 지나친다.

'저 여인은 뭘 물어보는 걸까?'


내가 다가갔더니 어설픈 한국어로

“하노이 가는 비행기 타는 곳 이 쪽이 맞나요?”

게이트 넘버를 물어야지

이거야 원.. 고속버스터미널도 아니고

하노이 방향을 물어보면 사람들이 당연히 모른다고 대답하지....


그래서 보딩 패스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게이트가 108번. 이 건물이 아니라 셔틀트레인 타고가야하는 탑승동 터미널에 위치해있다. 감히 기차타고 가는 것을 생각치 못해서 이렇게 우왕좌왕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표를 건내주는데 항공권 보딩 시간이 보이는 거다. 탑승시간은 이미 지났고 비행기 출발시간, 8분 전.

“아줌마. 여기서 이러면 안돼요. 빨리 가야해요.”


난 모녀를 데리고 황급히 셔틀트레인에 올라 탔다. 다시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는데 이미 여기서 5분을 까먹었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공항 직원이 베트남항공 승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여기.. 아줌마 올라가니 비행기 좀 잡아주세요.” 외쳤다.

상황이 급박해지니 아줌마는 안절부절 못한다.

“아줌마. 아이를 나한테 주세요. 내가 안고 달릴게요.”


그런데 그 아이가 낯선 남자가 안으니 야속하게도 마구 울어 제킨다.

하두 통곡을 하니 지나가는 사람이 아이를 달랜다고 하는 말이

“꼬마야.아빠 말 잘 들어야지.”

이건 뭔 시추에이션????


졸지에 난 이 베트남 여인의 남편이 되어 버렸다.

그래 찰나의 시간이지만 난 남편이 되기를 결심했다.


아줌마는 아이를 안고,

난 짐 2개를 들고 들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쓰발~~하필 108번 게이트는 제일 끄트머리야”

상황이 다급해지니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하노이행 비행기를 잡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 여기고~

독립투사 같은 의연함^^

마구 내달리면서 뒤를 돌아보니

엄마는 아이를 안은 채 30여 미터쯤 뒤에서

헐떡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108번 게이트 앞

직원에게

"비행기 탈 사람 저기 오고 있어요. 헉헉"

"빨리 탑승권 보여주세요."

"요 가방에 있습니다"

"저희는 규정상 승객 짐을 못 만집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줌마 가방을 뒤져 지갑을 열고 항공권을 꺼내 승무원에게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내가 남편이잖아...ㅋㅋㅋ'

조금 있다가 여인이 숨을 헐떡거리며 게이트 앞에 섰다.

가방을 건네주며

“아줌마. 비행기 잡아 놓았어요. 고향 잘 다녀오세요.‘

그제야 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20대 초반 앳된 얼굴이다. 땀과 눈물을 범벅이 되어 연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눈물 흘릴 시간이 없으니 빨리 들어가세요.”

모녀가 기내로 들어가니 비행기 문이 철컥 닫힌다.

그제야 내 몸도 땀으로 범벅이 된 것을 알았다.


왜 그녀가 남편도 없이 아이와 베트남 비행기에 올랐는지 난 모른다. 어렵게 고향을 찾아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만약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면 얼마나 난감했을까

한국에서 좋은 인연을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설사 그러지 못했다면 최소한 한 사람쯤은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젊은 마누라. 예쁜 딸, 안녕'


연초부터 기분 좋은 일을 해서 그런가,

괜히 발걸음이 가볍다.

[신고하기]

댓글(13)

이전글 목록 다음글

1 2 3 4 5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