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졸지에 베트남 여인의 남편이 된 사연'
8년전 인천공항 면세점 앞에서 있었던 일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여인인가보다. 3살 쯤 되는 아이를 업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뭔가 물어보는데 모두들 고개를 저으며 지나친다.
'저 여인은 뭘 물어보는 걸까?'
내가 다가갔더니 어설픈 한국어로
“하노이 가는 비행기 타는 곳 이 쪽이 맞나요?”
게이트 넘버를 물어야지
이거야 원.. 고속버스터미널도 아니고
하노이 방향을 물어보면 사람들이 당연히 모른다고 대답하지....
그래서 보딩 패스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게이트가 108번. 이 건물이 아니라 셔틀트레인 타고가야하는 탑승동 터미널에 위치해있다. 감히 기차타고 가는 것을 생각치 못해서 이렇게 우왕좌왕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표를 건내주는데 항공권 보딩 시간이 보이는 거다. 탑승시간은 이미 지났고 비행기 출발시간, 8분 전.
“아줌마. 여기서 이러면 안돼요. 빨리 가야해요.”
난 모녀를 데리고 황급히 셔틀트레인에 올라 탔다. 다시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는데 이미 여기서 5분을 까먹었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공항 직원이 베트남항공 승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여기.. 아줌마 올라가니 비행기 좀 잡아주세요.” 외쳤다.
상황이 급박해지니 아줌마는 안절부절 못한다.
“아줌마. 아이를 나한테 주세요. 내가 안고 달릴게요.”
그런데 그 아이가 낯선 남자가 안으니 야속하게도 마구 울어 제킨다.
하두 통곡을 하니 지나가는 사람이 아이를 달랜다고 하는 말이
“꼬마야.아빠 말 잘 들어야지.”
이건 뭔 시추에이션????
졸지에 난 이 베트남 여인의 남편이 되어 버렸다.
그래 찰나의 시간이지만 난 남편이 되기를 결심했다.
아줌마는 아이를 안고,
난 짐 2개를 들고 들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쓰발~~하필 108번 게이트는 제일 끄트머리야”
상황이 다급해지니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하노이행 비행기를 잡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 여기고~
독립투사 같은 의연함^^
마구 내달리면서 뒤를 돌아보니
엄마는 아이를 안은 채 30여 미터쯤 뒤에서
헐떡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108번 게이트 앞
직원에게
"비행기 탈 사람 저기 오고 있어요. 헉헉"
"빨리 탑승권 보여주세요."
"요 가방에 있습니다"
"저희는 규정상 승객 짐을 못 만집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줌마 가방을 뒤져 지갑을 열고 항공권을 꺼내 승무원에게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내가 남편이잖아...ㅋㅋㅋ'
조금 있다가 여인이 숨을 헐떡거리며 게이트 앞에 섰다.
가방을 건네주며
“아줌마. 비행기 잡아 놓았어요. 고향 잘 다녀오세요.‘
그제야 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20대 초반 앳된 얼굴이다. 땀과 눈물을 범벅이 되어 연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눈물 흘릴 시간이 없으니 빨리 들어가세요.”
모녀가 기내로 들어가니 비행기 문이 철컥 닫힌다.
그제야 내 몸도 땀으로 범벅이 된 것을 알았다.
왜 그녀가 남편도 없이 아이와 베트남 비행기에 올랐는지 난 모른다. 어렵게 고향을 찾아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만약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면 얼마나 난감했을까
한국에서 좋은 인연을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설사 그러지 못했다면 최소한 한 사람쯤은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젊은 마누라. 예쁜 딸, 안녕'
연초부터 기분 좋은 일을 해서 그런가,
괜히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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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
그거 다시 탑승동으로 돌아가는 기차가 있었던가..
있어요
저 베트남 여자는 한국 남편에게 때려봐 때려봐 하곤 이혼을 하고 젊은 베트남 남자랑 결혼을 하게 되는데......
한국 여자 베트남 남자 결혼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네요~ 대부분 이런 케이스~~
아이는 한국에서 키우면 돈이 많이드니 양육비를 받고 베트남으로 보내서 키운답니다...
감동 파괴자
그 모습을 끝으로 그녀는 남편의 전재산을 가지고 사라졌다...
아이고 아저씨야....
세상에 그런사람만 있는것이 아닙니다.
어찌 그렇게만 세상을 바라보고 사시나요....
갬성 파괴...
공항에서 이미그레이션 받고 면세점 들어가는 순간 비행기는 승객이 탈때까지 비행기 이륙못함...
남편 통장 들고 도망가는거라면 난감하네
한국인 남편 통수치고 재산챙겨서 자기나라가는 ㄴ언을 도와주노?
남편이 아니라 공범이 됐을 수도...
글 내용은 감동
댓글들은 감동파괴
불과 3~40년 전 우리의 이모,할머니들의 일본,미국에서의 모습입니다.
이상 피의자 최후 진술을 마칩니다.
"아 내 비행기 탑승 시간 지났네? ㅡ,.ㅡ"